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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종주는 인천의 아라서해갑문에서 시작해 낙동강 하구둑까지 이어지는 총길이 633Km의 자전거 길입니다. 아라 서해 갑문은 서해 바다와 한강을 이어주는 입구인데 사실 종주할 때 처음 가봤고 생각보다 볼거리는 없었습니다. 아라 서해 갑문은 21Km로 비교적 짧은 구간이며 한강 자전거 길과 이어져 있습니다.
한강 자전거 길은 4대강 종주이자 국토종주 길로, 총 192Km 금강보다 40Km 정도, 영산강보다 70Km 정도 더 긴 코스입니다. 한강자전거 길을 벗어나면 새재 자전거길로 이어져 있으며 새재는 100Km로 비교적 짧은 구간입니다. 새재와 이어져 있는 4대 강 낙동강 자전거 길로 접어들며 385Km를 더 가면 국토종주 완료가 됩니다.
그래서 국토종주길에서는 4대강인 한강과 낙동강을 함께 완료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낙동강 길의 시작점이 안동에 있기 때문에 잠시 국토종주 길을 벗어나야 완전한 낙동강 종주를 완료할 수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이 길이 생각보다 길어요)
전국에 자전거 길이 깔린게 이명박 정부 때 4대 강 사업을 하면서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 저의 국토종주 꿈은 그전부터 시작됐습니다. 메가쑈킹이라는 작가의 네이버 웹툰 탐구생활 1,2 편에 자전거 도로도 제대로 없는 한국의 도로를 자전거로 30일간 종주하는 실제 이야기를 담은 만화를 보며 나도 이걸 해야겠다 라며 꿈을 키우다가 12년도쯤에 계획과 모든 준비를 마치고서는 군대에 입대했습니다 😥
전역을 하고, 바로 복학하지 못하고 잠시동안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알바를 하면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가 국토종주 인증제라는 시스템이 있다는 걸 어디선가 알게 되었고 바로 실행에 옮겼던 것들이 이 국토종주 카테고리의 자전거 이야기입니다.
국토종주를 하기 위해 금강과 영산강을 먼저 경험해 보았고 미리 경험해 본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준비물에 대한 경각심, 장경인대염, 역풍과 비, 업힐 등등.. 많은 고난이 있기 때문에 이걸 633Km라는 거대한 목표 앞에서 마주했다면 포기를 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의 국토종주 준비물입니다.
우비, 소염제, 진통제, 데일밴드, 후시딘, 바셀린, 빈 물통 2개, 주행 시 입을 옷, 활동 시 입을 옷, 예비 튜비 1개, 보조배터리 (10400), 충전기 4개, USB 충전 케이블, 전조등, 후미등, 모자, 슬리퍼, 팔토시, 선크림, 뿌리는 파스, 장갑, 세안도구, 작은 비누, 연부 속옷, 물티슈, 바르는 소염제, 진통제입니다.
여유가 된다면 옷은 두벌씩 챙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한벌만 가져가서 그날그날 빨래를 해서 아침에 마르면 입고 나가고 했습니다. 전조등 후미등을 위한 보조 배터리는 필수입니다. 도시보다 오지가 더 많은 종주길에서 갑자기 해가 떨어지면 한 치 앞이 안 보일 때도 있습니다. 꼭꼭 챙기시길 추천합니다.
첫째 날😂
첫째 날에는 아침부터 움직여야 해서 서해갑문과 비교적(?) 가까운 일산에서 출발하고자 친적집에서 하루 자고 5시부터 출발했습니다. 다만 거리를 잘못 측정해서 서해갑문까지 40Km를 자전거를 타버리게 됐습니다. 😆
힘이 많이 떨어진 상태로 출발을 하게 됐는데 갑자기 당이 떨어지면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다만 아직 이른 시간이라 편의점이나 상점이 없어 길 중간중간 누워 시간을 때워가며 버텼습니다. 다행히 얼마 가지 않아 노점상이 있었고 에이드 한잔과 라면 하나를 먹었습니다. 간단히 먹었는데도 힘이 바짝 나서 금방 출발을 했습니다.
한강 갑문은 21Km로 금방 끝나는 구간이었습니다. 얼마 가지 않았는데 사람이 갑자기 많아지는듯 하더니 한강 자전거길이 짠 하고 나타나 버렸습니다. 국토종주 출발 후 첫 번째 인증 부스였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도장을 찍고 폭염에 지친 나머지 사진을 찍는 것을 깜빡해버리고 근처 편의점에서 또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들이켜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이날이 주말이기도 하고 사람이 너무너무 많았습니다. 그래도 빨리 달리는 편이 아니어서 크게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MTB 아저씨분들께 추월당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흑
한강에 들어서자 이때는 서울에 살 때가 아니어서 많이 낯설었는데 그저 보이는 부스마다 도장을 찍으며 진행했습니다. 도시가 화려하고 사람이 많다 보니 눈이 즐거워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날을 잘못 잡은 게, 이날은 폭염주의보가 있던 날이어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나며 옷은 땀벅벅으로 중간중간 정말 고비가 많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갈까 라는 생각을 수백 번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고 꾹 참고 페달질을 하니 벌써 한강길을 돌파하고 팔당 대교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여기부터는 다시 사람이 없어지기 시작하며 그야말로 오지 라이딩의 시작이었습니다. 팔당부터 양평군립 미술관까지는 산 하나를 넘게 되는데 가족여행 때 잠시 들렀던 곳이라 반가웠던 기억이 나네요.
차를 타고 쌩 지나가던 길을 자전거를 타고 가니 왜 이리 느린 걸까요? 팔당댐을 지나 미술관 인증 부스로 가기 전에는 터널이 여러 개가 있는데 터널 안이 그냥 냉장고 그 자체였습니다. 너무너무 시원해서 짧은 것이 아쉬웠지만 5~6개의 터널이 너 나와주며 지친 몸에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냉장고 안 갓길로 사람들이 쭉 앉아서 시원하다 시원하다 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산 하나를 넘고 나니 양평 군립 미술관이 나왔고 거의 저녁이 다 되어서 계획했던 충주댐 근처 숙소까지는 무리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처에 건물이 없는 오지를 지나야 했기 때문에 이포보를 지나 여주보까지는 진행을 해야 했습니다. 여주보에 도착하니 해가 다 져버렸습니다. 여주보는 네온이나 한글로 디자인을 잘해놔서 세련된 느낌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여주보에 도착해서 인증 도장을 찍고 시내까지 5킬로를 더 달리니 번화가가 나왔습니다. 시간이 늦어 근처 모텔을 부랴부랴 잡고선 저녁을 먹을 생각으로 나왔지만 비가 내리면서 근처 식당은 다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찾고 찾다 보니 국밥집 한 곳을 찾아 갈비탕을 먹는데 배는 엄청 고픈데 몸이 너무 피로해서 그런지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근처 편의점에서 우유와 간식거리를 사들고 첫날을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둘째 날😎
낯선 곳에서 잠을 자서 그런지 알람은 7시에 맞췄지만 6시부터 눈이 떠져서 배도 고프니 일어나서 준비를 했습니다. 숙소를 나서 시내에 있는 김밥천국에서 김치 김밥과 찌개를 시켜 먹는데 어제와는 다르게 얼마나 맛있던지 아침부터 밥 두 그릇을 해치우곤 가뿐한 마음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오늘은 태풍 주의보가 있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주변 지인들이 전화나 카톡으로 태풍이 온다며 걱정을 해주셨는데 딱히 비가 조금밖에 오지 않아서 무리는 없을 것 같단 생각이었습니다.
어제와는 다르게 먹구름도 끼고 바람도 불어주는 폭염보다는 낫지 않냐라는 생각을 하며 강천보를 지나 비내섬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서부터 비가 쏟아지며 몇 분 지나지 않았는데도 온몸이 다 젖어버렸습니다. 이것도 여행의 묘미다라는 생각으로 끝도 없는 오지를 달리고 달렸습니다. 몸에는 조금씩 무리가 오는지 무릎도 아프고 엉덩이도 아프고 몸이 성한 곳이 없었습니다. 계속해서 파스를 뿌려대며 달렸습니다.
비내섬을 넘어가기 전 산 골짜기에 예쁜 휴게소가 하나 있었는데, 비를 피할 겸 배를 조금 더 채울 겸 해서 들어갔는데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를 떨고 계셨습니다. 만두와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맛을 보았는데. 비를 맞고 덜덜 떨며 먹어서 그랬는지 정말 천국의 맛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다 먹고 나니 주인아주머니께서 여행한다고 고생한다며 다 같이 드시던 케이크를 한 조각 잘라서 주셨습니다. 만두하나 시켜놓고 케이크까지 얻어먹으니 너무 감사했습니다. 좋은 추억이 되어 사진을 남기곤 다시 출발하였습니다.
계속해서 비가 쏟아졌습니다. 팔토시 한 팔이 다 따가울 정도로 비가 내렸습니다. 비내섬을 지나 고개를 하나 넘고 충주댐을 경유하고 나니 탄금대까지 콜밴을 이용해서 이동할까 하는 유혹이 밀려오더라고요. 유혹을 잘 뿌리치고 탄금대 쪽으로 열심히 페달질을 했습니다.
가다 보니 자전거 여행을 하는듯한 청년 두 명이 있었습니다. 나이도 저와 비슷한 것 같았고 서울에서부터 출발해서 부산까지 가는 목적도 같았습니다. 반가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는데 점심을 먹으려고 들른 식당에서 다시 만나게 되며 다시 인사를 했습니다.
그들을 뒤로하고 저는 먼저 출발을 했고 나머지 종주길에서는 그들을 마주치진 못했습니다. 완주를 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어찌 저지 탄금대를 지나 수안보 온천까지는 밥을 든든히 먹어서 그런지 힘이 많이 나서 비교적 수월하게 왔습니다.
쭉쭉 치고 올라가다 보니 또 한 명을 종주자로 보이는 사람과 추월과 추월당함을 반복하면서 수안보에 도착했습니다. 오르막길에 그래도 다른 사람과 같이 자전거를 타니 힘든 줄 몰랐던 것 같습니다. 비를 하도 많이 맞아서 오한이 들기 시작해 가져온 잠바를 입어야 했습니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잠바는 정말 필수 준비물입니다.
둘째 날은 온통 이화령 생각뿐이었습니다. 국토종주길에서 난이도가 꽤 높은 산이라고 소문이 나있어서 지레 겁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달리다 보니 벌써 이화령에 가기 전 넘어야 하는 소조령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카페나 이런데선 소조령은 워밍업 구간이라고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전혀 워밍업 구간이 아닌 것 같습니다. 비가 내리면서 바람이 세차게 불어 나뭇가지와 여러 가지가 날아다니는 바람에 속도가 나지 않아 중간중간 많이 쉬며 올라갔습니다.
소조령을 지나 얼마 되지 않아 도로 바닥에 이화령 5Km가 보였습니다. 언덕을 5Km 를 올라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정말 평지 하나 나오지 않고 5Km 가 언덕길이었습니다. 저는 이 구간을 끌바(자전거를 끌고 걷는 행위) 없이 가보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을 터라 용기 있게 출발해 보았습니다.
바람막이 후드까지 뒤집어쓰고 하이바도 벗은 채 바닥만 보며 오르길 얼마나 지났을까요? 강품에 날아다니는 나뭇가지에 자전거가 엉겨 붙고 세찬 비바람에 한 번도 멈추지 않겠다는 결심이 무너졌습니다. 잠시 바람이 지나가길 바라며 30분 정도를 쉬었습니다. 비바람이 조금 멎어들자 다시 출발했습니다. 얼마나 남았는지 알고 싶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바닥에 300m 간격으로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는 바람에 더욱 힘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결국 도착했습니다.
다 올라서 조금 쉬고 있자니 7시가 다 넘어있었고 이미 날은 어둑했고 너무 추워 산을 무사히 내려가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래도 휴게소가 잘 되어있어서 따듯한 것과 간식을 사 먹고 있었는데 빗속에서 또 하나의 인영이 걸어 들어옵니다. 우비를 걸치고 가방하나를 메고 자전거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걸어서 국토대장정 중이라고 합니다. 자전거로도 이렇게 힘든데 걸어서..?라는 생각과 정말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보다는 동생인 이분의 추천으로 이화령 중간쯤에 있는 펜션에 숙소를 잡으니 주인분이 비가 너무 오니 픽업을 해주시겠다며 차를 가져와주셨습니다. 하지만 승용차가 너무 작아 자전거가 들어갈 수 없어 앞에서 길을 밝혀주시고 따라가는 식으로 출발했습니다.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며 잘 보이지도 않는 길을 조심조심하며 결국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는데 온몸의 모든 피로가 싹 내려가는 듯 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날은 정말 너무너무 고생한 저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
아까 만난 여행객을 방에 불러 휴게소에서 구입한 맥주를 한잔하고 밤이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0시쯤 되어 마무리가 되고 다음을 기약하며 아침이 되어 저는 먼저 출발을 했습니다. 경황이 없어서 사진을 한 장도 못 찍은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아침의 이화령은 정말 멋지고 상쾌했습니다. 비는 멈췄지만 이화령을 내려가다 보니 이런 식으로 나무가 쓰러져 있더라고요. 몇 시간 지나면 차들이 올라올 텐데 큰일이라는 생각을 뒤로한 채 조심조심 또 내려갔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둘째 날까지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음포스팅에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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